본문 바로가기

골프이야기

해외골프장 - 하와이 카팔루아GC

하와이 카팔루아GC

섬과 바다, 파인애플로 둘러싸인 코스

 

 

 

하와이의 마우이는 오아후 섬에서 항공기로 30분 거리. 현재의 주도가 있는 오아후가 도시적이라면 옛 하와이 주도였고 고래잡이 어항이었던 이곳은 다소 시골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하와이의 옛 정취를 느끼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때문에 섬은 휴양지로 개발돼 고급 리조트호텔이 즐비하다.

이 마우이 섬에 위치한 카팔루아 리조트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세계 최고급으로 칭송되는 리츠칼튼 호텔이 들어서 있고 가장 하와이적인 리조트라는 평가다. 이는 하와이의 대명사인 파인애플 농장이 그 터를 이루기 때문이다.

 

 

자연경관 역시 하와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나다. 바다를 향해 경사진 플랜테이션의 산등성이 아래로는 코발트빛 바다가 호수처럼 펼쳐지고, 그 뒤로는 하얀 구름을 머리에 쓴 몰로카이 섬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다. 바다에서는 고래가 떼 지어 놀며 분수처럼 물을 내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빼어난 경관을 무대로 다양한 숙박시설과 3개의 골프코스이 있다. 골프코스 역시 하와이에서 최고로 꼽히는데 3개가 각각 개성을 지니고 있다. 베이 코스는 절벽 해안가, 플랜테이션 코스는 산등성의 파인애플 농장, 빌리지 코스는 원주민 마을 터에 들어섰다.

가장 눈에 띄는 코스는 플랜테이션 코스(73, 7411야드). 50여 개의 미국 PGA 투어에서 시즌 오픈을 알리는 첫 대회인 SBS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이다.

 

 

 

 

3개 코스 중 백미는 플렌테이션 코스

 

플랜테이션코스는 지난 80년대 PGA투어를 주름잡던 프로골퍼 벤 크렌쇼와 빌 쿠어가 설계했다. 페어웨이가 넓고 대형 그린이 즐비해 우승자의 평균스코어가 20언더파에 육박할 정도로 편안한데 지난 2003년 어니 엘스는 무려 31언더파 261타를 쳐 토너먼트레코드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거센 해풍은 골퍼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바람이 강할 때는 시속 50km 안팎의 바람이 코스 곳곳을 휘감는다. 코스의 배치 상 북쪽에서 오는 무역풍이 있을 경우에는 장타에 도움이 되지만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플레이가 어려워진다.

 

 

 

 

 

카팔루아라는 애칭의 1번홀(4)은 전장이 520야드로 긴 편이지만 내리막 지형에다 대부분 뒷바람이 불어 미들아이언으로도 충분히 2온이 가능하다. 6번홀(4)은 옆바람을 주의해야 한다. 티 샷을 날릴 때 페어웨이 오른쪽의 절벽을 가로질러야 하는 홀로 장타와 정교함이 동시에 요구된다. 가장 어려운 곳은 9번홀(5)이다. 티 샷부터 세번째 샷까지 한치의 실수도 없어야 그린에 안전하게 볼을 올릴 수 있다. 두번째 샷을 할 때는 특히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계곡을 넘겨야 한다. 그린도 벙커가 벙어막을 두르고 있다. 이 홀에서의 파는 버디나 다름 없다.

 

 

후반에는 파4홀 중 가장 어렵다는 13번홀(4), 맞바람을 이겨낼 낮은 탄도의 샷이 필수다. 그린도 까다로워 3퍼트를 범하기 쉽다. 15번홀(5)은 이중으로 휘어진 더블 도그렉홀이다. 벙커가 하나도 없지만 옆바람이 불고 티 샷이 떨어지는 지점과 그린 옆에 협곡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16번홀(4)은 벙커가 페어웨이를 따라 지뢰처럼 매복해 있고 마지막 18번홀(5)은 무려 663야드나 된다. 어지간한 장타자가 아니라면 2온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뒤에 펼쳐진 거대한 산들의 파노라마 탓에 착시현상까지 일으켜 라운드 마지막에 스코어를 잃게 하는 홀이다.

 

 

 

 

 

‘PGA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코스로도 선정

 

이런 이유로 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중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골프장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연말, 미국 골프 잡지 골프다이제스트는 PGA투어 선수 81명을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가장 싫어하는 PGA투어 대회 골프장 10을 골라 발표했다. 순위는 선수들이 각 골프장에 매긴 1에서 10 사이의 점수(10점 만점)를 평균해 낮은 순으로 정해졌다. 치욕스러운 1(4.58)는 플레이오프 1차전인 바클레이스 개최지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내셔널 골프장이 차지했다.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 코스도 5.8점으로 순위 8위에 꼽혀야 했다. 설문에 응한 선수들은 매년 시즌개막 대회가 이곳에서 열린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매년 그 골프장으로 돌아가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18번 홀의 예측 못할 변화무쌍함 때문이다.

 

 

 

 

18번 홀은 잘 나가던 선수가 한 방에 무너져 리더보드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이 홀에서 이글을 잡아 불쑥 솟아오르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지게 조성되어 있다. 5, 663야드의 이 홀은 티그라운드에 올라서면 페어웨이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번홀 만큼이나 넓은 내리막이고 400야드 지점에서 홀은 왼쪽으로 꺾어져 그린이 보이지만 그 너머엔 남태평양이 넘실거린다. 663야드란 미국 PGA투어의 최장타자라도 투온시킬 엄두를 못 낼 거리다.

단 타자이나 퍼팅의 달인인 벤 크렌쇼가 이 코스를 설계하며 장타자들에게 세컨샷으로 미들 아이언을 들고 쉽게 이글을 노리게 했을 리가 없다. 실제로 2003년 코스레코드를 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어니 엘스가 대회 마지막 날, 이 홀에서 욕심을 부리다 숲 속으로 볼이 날아가 우승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